최근에 주차 문제로 E36 흰둥이를 떠나보내고 적적하던 차에 원래 있었던 주차문제가 해결되어 다시 한 녀석을 들일 수 있게 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흰둥이 보내지 말고 좀만 더 버텨볼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 또한 새로운 차량을 만나볼 수 있게 하려는 하늘의 뜻이리라 하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여지 없이 엔카를 켰다. 사실 첫 후보 차량은 911(스포츠카), 컨트리맨(SUV)이 있으니 용도에 맞도록 대형 세단을 구입하거나 더 실용적으로 사용 가능한 큰 SUV를 목표로 했다.
대형 세단으로는 싼 맛에 마구 탈 수 있는 링컨 MKS (1, 2세대), W221 S클래스, BMW F01 7시리즈 숏바디 정도였다. 그런데 아내한테 대형 세단을 보여줄 때마다 아빠 차 같다며 계속 거부를 하는 게 아닌가 (나도 이제 아빠 될 나이 맞긴 하잖아..?). 그래서 SUV는 포드 익스플로러 5세대를 보여줬는데 귀엽긴 한데 실내가 너무 못생겼다며 또 빠꾸를 먹었다. 이렇게 갈팡질팡 1주일이 흐르던 어느 날, 이젠 다시는 클래식카, 올드카, 영타이머 딱지가 붙는 차는 타지 않겠다 다짐했지만 오랜만에 클카에 왔다가 어떤 분이 남긴 e85 z4 사진을 보고 눈이 돌아가 버렸다. (의식의 흐름 무엇?)
여튼저튼 Z4 는 원래부터 아 이쁘다 하는 차 중 하나였는데, 원래는 e89 디자인에 매료됐던 나는 올드카들을 많이 봐와서 그런지 이제는 e85의 동글동글한 라인에 더 빠져드는 게 아닌가? 여지 없이 네이버 z4 카페에 가입하고, 판매 글들을 수 없이 찾기 시작했다. 클카/z4/띠빵 등 여러 카페를 돌아 다녀도 마땅한 z4 매물을 찾지 못했고, 결국 엔카로 넘어왔는데 검은 바디에 검은 휠을 장착한 z4 한 대가 보였다. (나는 원래는 블랙 보다는 좀 유니크한 색상을 좋아하는 편이라 거들떠도 보지 않았지만, 991을 올 블랙으로 만들어가면서 올블랙 간지에 빠져드는 요즘이다.)
소유주 변경이야 뭐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진 차 값 때문에 10명이 넘게 거쳐 갔고, 그랬으면 뭐 정비는 안 봐도 비디오겠다 싶었다. 그 뿐이랴, 보험이력도 상당하고 앞빵을 제대로 먹었는지 휠하우스에도 어느 정도 판금 용접이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 차량이었다. 원래 같으면 거들떠도 보지 않을 차량이겠으나, 매물도 매물이고 어차피 달리는 차는 있으니까 가볍게 오픈 에어링만 즐길 수 있으면 되겠다 싶어 몇 날 몇 일을 이 매물을 가지고 혼자 씨름을 했다.
일단 나는 중고차 매물을 볼 때 엔카를 활용하는데, 엔카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부분은 보험이력과 성능기록이다. 보험이력에서는 주로 소유자가 몇 년에 한 번 꼴로 바뀌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며, 가장 최근에 소유한 사람의 보유 기간을 생각한다. 왜냐면 가장 최근에 보유한 사람이 사자 마자 판매를 하는 거면 뭔가 도저히 수리를 하지 못해 던지는 것으로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성능지는 깔끔하면 좋겠지만 일단 단순교환은 웬만하면 패스한다. 하지만 단순교환의 범위가 매우 많다면, 뼈대부분이 마킹이 되어 있지 않더라도 뼈대까지 손상이 갔을 것으로 판단하는 편이다. 판금/용접의 경우 외판이면 상관 없지만 휠하우스 주변에 이게 마킹되어 있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매물을 포기한다. (사실 이 녀석은 예외였다. 재차 성능점검 받을 때는 마킹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성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으나 이번에는 그냥 싸게 산다는 것에 포커스를 뒀기 때문에 안고 가기로 했다.)
참고 참다 결국 매매상에 전화를 하고, 시운전을 해 보기로 한 후 수원까지 날아갔다.
차량을 직접 봤을 때는 컴팩트 하긴 하지만, 그래도 두툼한 펜더 라인 덕분에 차량이 더 넓고 낮아 보이는 효과가 있었다. 와 이거 생각보다 더 예쁜데? 하는 마음에 시승을 해 보았다. 다행히도 오래 된 차량에서 느껴지는 변속 충격 같은 건 없었고, 엔진 떨림 등 구동 계통은 느낌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상당히 부드러웠다. 다만 아쉬운 점은 하체 부분이 노후화된 게 요철을 지나거나 포장이 살짝 벗겨진 구간을 지날 때 확실하게 느껴졌다. 그 특유의 찌그덕 거림이라고 해야할까, 하체의 체결감이 없이 여기 저기 풀어진 듯한 달그락 거리는 그 느낌. e36을 처음 데려왔을 때 바로 그 느낌이었다.
일단 엔진계통 누유가 확실하게 성능지에 찍혀있는 만큼, 보증 수리를 통한 누유 수리는 불가능하고 자비로 해결해야했다. 성능지에라도 누유 이상 없음이 찍혀있다면 알뜰하게 써먹을 수 있겠지만, 이미 e바디 누유를 경험한 나는 자신있게 내가 해결하지 뭐, 라는 자만심이 마음 깊숙히 자리잡아 있었다. 차량 금액은 1000만원이 조금 넘었는데, 외부/내부 모두 세월의 흔적이 가득했고, 틈틈이 정비는 해온 것 같지만 이런 눈으로 보이는 곳들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 티가 확 났다. 도장면은 모두 광택이 필요할 정도로 빛이 바랬고, 실내 내장재는 이미 헐거워진 지 오래였다. 시트의 상태 또한 심각했다. 이 녀석을 데려와서 내장/외장 복원만 하더라도 족히 300만원 이상은 생각해야할 것 같았고, 하체/누유 수리 하는 데도 300만원 정도 생각하면 차 값이 생각보다 비싸게 느껴져서 흥정을 시작했다.
2일간의 상사와의 씨름 끝에 최종적으로 100만원이 조금 넘는 네고를 하여 심적으로 만족할 금액에 구입했다.
구입 직전에 매매상에 다시 한 번 성능지를 업데이트 해달라고 요청하여, 검사를 실시했고 여지 없이 누유는 그대로였다. 다행인 건 하체가 좀 썩긴 했어도 어디 부싱이 나가서 구리스가 터지고 한 곳은 없었던 점이다. 또 누유가 있다고 해도 오일팬까지 줄줄 흐르는 것은 아닌 거로 보아 엔진과 트랜스미션 사이까지만 점검해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나름 안심을 하기도 했다. 다만 하체가 보기에는 기름 흔적이 없다고 해도 녹이 슨 부분이 많아서, 소모품 정도는 전부 싹 교환을 해야 특유의 달그락 거리는 소리를 잡고 체결감이 더 느껴지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튼 수원이라 집이랑 거리가 멀기도 하고, 이 날도 휴가를 내고 방문한 것이기에 차량을 바로 가져가고 싶어서 원래 해준다던 휠 복원과 썬팅을 마다하고 그냥 올라가려 했다. 마지막 출고 직전 에어컨 냉매 만큼은 그래도 보충하기로 했기 때문에 딜러님과 함께 협력업체로 가서 에어컨 가스를 주입하려는데, 응? 갑자기 업체 사장님과 딜러님이 조용하게 구석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상황을 보아하니 약간 심각한 것 같아 보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에어컨 쪽 문제가 있어서 차량을 입고하고 부품을 주문하여 수리를 해야할 것 같다는 소리를 한다. (오늘 구입했는데, 보증기간 시작되는데 차를 두고 가라고..?) 뭐 여기서도 수리비는 내가 낼 필요가 없기에 그냥 두고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결국 차량을 두고 올라왔다. 근데 어디 마음 한 구석이 찜찜했는데, 내가 차량을 구입해 놓고 타지 못하는 동안의 기회비용까지 생각하니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바로 그 때 매매상사 사장님한테서 전화가 왔고, 추가적으로 금액 할인을 받고 그냥 출고하고 내가 알아서 수리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마쳤다. 그리고 이왕 차량 두고오게 된 거 휠 복원도 그냥 해서 보내달라고 했다. (ㅋㅋ) 사실 중고차 업체에서 휠 복원 해봐야 대충 대충 해서 줄 것이라 믿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다른 휠을 구매할 생각이었는데, 사장님이 수원에서 매우 큰 휠 복원 업체도 따로 운영하셔서 그런지 퀄리티가 생각보다 좋았고, 이거 복원 안 맡겼으면 손해보는 느낌이었겠는데 싶었다.
결국 블랙휠을 깔끔하게 복원하고 내 품으로 온 이 녀석, 흰둥이한테 못해줬던 것들은 이 녀석한테 아낌 없이 투자해서 꼭 예쁜 차량으로 부활시키리라 다짐했다. 자동차는 수원에 위치한 성원 자동차에서 구매를 했는데, 상사 입구에 들어가면 좀 허름해 보여서 약간 거부감이 들 수 있으나, 그래도 좋은 매물을 잘 관리하여 판매하는 것 같았다. 시간이 좀 남아서 성원자동차 사장님이 하셨던 인터뷰도 봤었는데, 그걸 보면서 좀 더 안심이 되기도 했다. 링크: https://www.kbchachacha.com/public/shop/intro/detail.kbc?shopIntroSeq=1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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