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840d 차량을 20년 1월에 구매해서 거의 2년 반 동안 내 발이 되어 주고 불편함 하나 없이 잘 타고 다녔다. 긴 차량인 8시리즈 덕분에 짐도 많이 실을 수 있었고, 디젤이라 뛰어난 연비에 유지비도 크게 들지 않아 별 신경 쓰지 않고 재밌게 카 라이프를 즐길 수 있었다. 출력도 공도에서 부족함이 없어 차선변경도 가능했고 이 녀석이라면 앞으로 5년도 거뜬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너무 편한 것이 반대로 슬슬 권태가 찾아오는 원인이 되었으니.. 차 문을 열고 들어오면 바로 연결 되는 애플 카 플레이, 넓은 공간으로 불편함 없이 앉을 수 있는 편안한 시트.. 그 모든 것이 싫증이 나기 시작했다. 슬슬 다른 차를 알아보던 중 작년 말 부터 내 눈을 사로잡는 녀석이 있었으니, 바로 포르쉐 911이다.
사실 포르쉐라는 브랜드도 잘 몰랐고, 차량들도 스포츠카이기 때문에 세단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당연히 선택지도 아니었고 선망의 대상도 아니었다. 8시리즈가 내 카라이프에서 가장 비싼 차이기도 했고, 드림카였기 때문에 그 윗급을 당연스럽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사람이 참 간사한 게 이 정도 되는 차를 타 보니 그보다 더 인기 많고 잘 나가는 차량들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도 살살 내 욕구를 자극했다.
맨 처음에는 911 신형(992) 시승을 하러 갔다. 스포츠카인데 오(?) 8시리즈만큼 편하네? 라는 마음은 있었지만 사실 크게 와닿지 않았다. 옵션 넣으면 2억에 가까운 금액도 부담이었지만, 무엇보다 그 가격에 사서 유지하는 것도 문제고 너무 화려해서 이쁘긴 하지만 마음을 탁 사로잡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991.2 4s 차량을 보게 됐고,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4점으로 들어오는 리어램프를 보는 순간 눈이 돌아갔다. 아, 이 차다.. 너무 예뻤다. 심지어 991.2부터는 터보가 탑재되어 관리가 편하댄다. 그 즉시 엔카를 뒤져서 상태가 매우 좋은 차량 몇 대를 봤다. 시동을 거는 순간 뽕에 취했고, 두 번씩이나 계약 직전까지 갔으나 번번이 돌아오는 길에서 8시리즈를 타면서 그래도 지금 차가 새 차고 훨씬 좋지~ 라는 생각에 포기하기 일쑤였다.
작년 말부터 지금까지 위와 같은 고민 -> 시승 -> 계약직전 -> 포기 를 무한 반복하다보니 지치기도 했고, 8시리즈를 진짜 팔아야겠다는 생각에 헤이딜러를 통해 먼저 처분을 결심했다. 그 사이 8시리즈가 2년이 넘었기 때문에 감가가 생각보다 심했고, 991.2를 사려면 웃돈을 줘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뭐, 할부 좀 끼면 되지 라는 생각이 드는 찰나 유튜브에서 고려 대상도 아니었던 991.1 차량 리뷰를 보게 됐고, 마지막 자연흡기 차량이라는 특징과 991.2에 비해 못생겼다고 생각했던 뒤태가 나름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한 게 아닌가.. (역시 마음은 예산을 따라가는 것인가. ㅋㅋ)
에라이 안 되겠다 싶어, 엔카에서 가장 상태가 좋아 보이는 무사고, 무보험이력 차량을 찾아서 3일 만에 데려왔다.
쨔잔, 포르쉐 991.1 카레라 (노멀) 차량이다. 사실 위에서 이야기한대로 원래는 991.2 4(or 4s)에 넘어가서 포르쉐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러 영상, 글들을 보니 내 운전 실력이 레이서급도 아니고, 320마력의 8시리즈로도 충분히 편안하게 다녔기 때문에 굳이 300후반~400마력대의 차를 타야되나 싶기도 했고..(실제로 몰아보니 얘가 딱 내 운전 실력 수준에 맞는 것 같다) 제일 큰 건 (신형->구형) 으로 가는 바보짓을 하는 주제에 8시리즈 판 돈에 너무 큰 웃돈을 줘서 마누라의 눈치를 이겨낼 자신이 없었다. ㅋㅋ
근데 이게 웬걸, 991.2 시동도 걸어봤으니 이 녀석 시동을 걸 때는 별 기대를 안했는데, 배기 사운드며 약간은 세월의 흔적이 남은 실내를 보니까 부담감이 확 떨어지는 게 아닌가. 991.2를 알아볼 때에는 그래도 준신차에 가까워서 뭔가 이 녀석을 몰고 다니는 게 부담이 되고, 무서웠는데 조금 더 연식이 된 이 녀석을 보니까 얘는 충분히 내가 감당하고 타고다닐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991.1이 물론 엔진스크래치 이슈가 조금 있다고는 하지만, 어차피 나는 8시리즈를 팔고 데일리로 타고 다닐 차량이라서 엔진오일 관리 & 정기적인 운행을 하면 조금 더 조건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서 곧바로 데려왔다.
일단 옵션은 기본적으로 인기가 많은 것들이 다 들어가 있었다. 시트에 각인된 포르쉐 크레스트, 크로노 패키지, 스포츠 스티어링 휠, 통풍시트까지. 일단 내가 기본적으로 원하는 건 다 있었고, "블랙에디션" 이라는 특별한 이름이 마음을 더 끌었다. (그냥 차 보다는 뭔가 에디션이 들어간 이름이 멋있잖아? ㅋㅋ) 주행거리는 16년식임에도 5만이 채 되지 않았다. (8시리즈는 5만 2천에 보냈다 :0)
각설 하고, 어쨌든 무사고, 무보험이력이라곤 하지만 혹시라도 전 차주가 어떤 사고에 의해 미수선 처리를 했을지도 모르고, 오일 누유나 내부적으로 보이지 않는 문제들이 있을 거라 생각해서 보증보험 기간 동안 빠르게 성능 점검을 한 번 더 해봐야 겠다고 생각해서 3일간 차량을 실컷 운행한 후에 수원 도이치오토월드 PnS 성능검사소에 방문했다.
평일이라 예약 차량이 많이 없어 한산했고, 2시에 예약했지만 조금 일찍 도착해서 빠르게 점검을 시작했다. 점검 소요시간은 대략 1시간 내이며, 아쉽지만 시운전이나 리프트 띄우는 것까지는 해주지 않았다. 그래도 한정된 상황에서 최대한 많은 것들을 봐주셨는데.. 내외장 컨디션, 각종 조작 장비류 정상 작동 유무, 누유, 엔진 상태, 휠, 타이어 등 차량을 띄우지 않는 선에서 봐주신다. 911의 경우 다른 일반 세단이나 SUV 차량들보다 금액이 높게 책정된다고 하는데, 나 같은 경우에는 22만원이 청구됐다.
검사 결과는 성능지와 동일하게 완전 무사고에 외판에 대해 어떠한 손상도 없었으며, 그 흔한 부분도색 흔적도 없는 연식이 좀 되긴 했지만 새 차와 별다를 것이 없는 컨디션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야호!) 엔진 질감, 사운드도 문제 없으며 누유 흔적도 없다는 말에 그제서야 마음을 쓸어내렸다. 검사장 분께서 나보다 더 신이 나셔서 차량 칭찬을 입이 마르게 해 주셨고, 딱 지금 연식에 갈아야 할 소모품 정도 (엔진 오일, 브레이크 패드 등) 만 동네 카센터에서 교환하면 된다고 하셨다. 그래도 차량을 띄우고 확실하게 본 것은 아니기에, 나중에 포르쉐 성지라고 불리는 일산 태성모터스에 방문해서 한번 더 점검을 받아보려고 한다.
어차피 데려오고 엔진오일은 점검 후에 곧바로 갈 생각이었고, 디퍼오일도 3개월 내로 갈아야지 하고 있었기 때문에 김포 장기동에 소재한 The H에서 작업을 할 에정이다. 브레이크 패드는 역시나 내 생각해도 교환 주기가 거의 다가온 것 같아서 조만간 교환할 생각이다.
8시리즈를 보내면서 마음 한 켠에 아쉬움이 있었고, 이제는 인스타에 남은 사진들을 보면서 그리움이 약간은 묻어 있었는데 오늘 결과를 받아들고 나서는 8시리즈 생각이 나지 않는 게 아이러니 하지만 어쨌든 새로 영입한 이 녀석을 굉장히 환영하고, 더 잘 가꿔서 완전한 내 차로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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