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한 주말 일과를 모두 마치고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갈 즈음 아내와 함께 새로운 맛집 탐방을 하러 나와 봤다. 여느 사람들 처럼 우리도 보통 네이버 블로그를 음식점이나 메뉴를 검색해보고 직접 찾아가서 먹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최근 너무 그렇게 찾아가서 먹다보니 실망감이 큰 경우도 더러 있어서, 실패 하더라도 그냥 돌아다니다가 맛있어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보는 게 좋겠다 싶어 이 날 만큼은 내비, 검색 기능은 활용하지 않고 발길 닿는대로 가 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8시리즈는 집에 재워 두고, 아내가 타고 다니는 컨트리맨을 내가 직접 몰면서 출발했다. 목적지를 따로 잡지는 않았지만, 결국 가다 보면 자주 가던 길로 가기 마련. 얼마나 갔을까, 슬슬 자주 가는 세차장인 석모로 워시존 근처에 다다랐다.
'아차, 여기 지나가면서 보던 고깃집이 있던데, 그리로 가볼까?'
이름은 잘 기억은 나지 않았는데, 단순히 '주차장이 넓었던' 아주 '좋은' 기억이 있어서 자연스레 이 곳으로 향하게 됐다.
주차장은 꽤 넓어서 저녁 시간이 됐음에도 차를 대기는 어렵지 않았다. 해가 거의 져가는 상황에서 컨트리맨 뒤에서 고깃집과 함께 사진을 찍었는데, 나름 사진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총 2층 상가 중 1층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이 고깃집에 들어가 보았다.
식당 정문을 들어오자마자 눈에 비친 건 대충 봐도 싱싱해 보이는 여러 종류의 채소들이었다. 아내가 채소를 엄청 좋아라 하기 때문에 여기에 들어오자마자 탄성을 자아냈다. 이 채소들은 먹고 싶은 만큼 마음껏 집어갈 수 있는 게 이 집의 매력 포인트였다.
메뉴판을 봤을 때, 돼지고기 기준 보통 삼겹살 가게보다 살짝 비싸거나 비슷한 정도여서 큰 부담 없이 주문을 할 수 있었다. 오늘은 좀 배불리 먹어보자 하고 일품 한우 육회와 육가 모듬 돈 (도합 820g)을 주문했다. (둘이서..?)
일단 식당 입구부터 첫 인상이 굉장히 좋았고, 테이블도 큼직한 데다 옆 테이블과의 간격도 상당해서 쾌적하게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게 가장 맘에 들었다. 때문에, 고기도 당연히 싱싱하고 맛있을 거란 나름대로의 추론을 해서 대담하게 주문을 했다.
육회의 양은 100g 이어서 생각보다 많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싱싱한 한우 육회를 고소한 향을 내뿜는 참기름에 비빈 그 '아는 맛'은 쉽게 거부할 수 없는 맛이리라. 씹히는 식감도 좋았으나, 썰어 준 배가 좀 모자란 느낌이 있었다. (육회 몇 점과 배 한 조각을 먹어야 했나..?) 상차림에는 기본적으로 백김치, 쌈무, 초석잠을 곁들인 명이 나물, 단호박, 상추 무침, 잘게 썬 양파, 볶음 김치가 기본으로 나온다. 이렇게만 나와도 푸짐한데, 쌈을 해 먹을 야채 까지 무한정 먹을 수 있다니 천국이 아닐 수 없다.
드디어 불을 올리고 고기가 나왔다. 고기는 약 700g으로, 살짝 육회로 워밍업을 한 위장에 고기를 야채로 싸서 강하게 밀어 넣었다. 모듬 고기에는 삼겹살, 목살, 오겹살, 갈매기살이 있는 것 같다. 이 중에서 보들보들한 목살이 일품이었다. 직화로 구워 먹으니, 대학 시절 포항에서 먹던 주먹고기가 생각이 났다. 쌈은 위 사진에 가져온 것을 다 먹고 같은 양을 그대로 가져와 또 먹었다. (다이어트는 내일..)
또, 고깃집인데 생맥주가 된다. 500잔은 없고, 340ml가 가능한데, 목을 축이는 정도론 충분한 것 같다. 나는 운전을 해야 하니 아내만 먹는 걸로..
위장에 빈 곳이 없게 기름칠을 마쳤으니, 이제는 좀 개운하게 마무리를 해야겠다 싶어 된장 술국을 주문했다. 가격은 5000원인데, 둘이서 먹는 양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된장 술국은 깊은 맛이 있는 편은 아니고, 간을 잘 맞춘 '짭쪼름 한' 맛이다. 그렇다고 그냥 짠 맛이 아니라, '감질나게 맛 있는' 그런 맛 이었다.
나중에 네이버에 검색을 해보니, 이 집 아니나 다를까 이미 네이버에 맛집으로 인기가 많은 집 이었다. 허허..
밥을 먹고 나온 시간이 일곱시가 좀 안됐는데도 벌써부터 깜깜해졌다. 역시 겨울은 겨울인가 보다.
다음에 올 때는 소고기를 먹어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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