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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이야기/시승기

제네시스 GV80 3일간의 제주도 렌트 시승기

by _ppuing 2020.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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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에서 받은 럭셔리 클래스 제주도 렌터카 쿠폰을 사용해서 x7을 직접 주행해볼 목적으로 제주도 2박3일 일정 잡았고, 여행을 떠나기 전날 롯데렌터카에서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롯데 렌터카에서 갖고 있는 3대의 물량 중 내가 출고받을 차량의 2열시트 고장이 나서 센터에 입고되어 있는 상태라는 것. 다른 2대는 이미 다른 사람에게 출고되어 있는 상태라 차량 변경 혹은 취소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수리 기간은 1주일 이상 소요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그야말로 청천벽력.. 나 뿐만 아니라 다음, 그리고 그 다음 받을 사람들 모두 취소를 해야 한다는 소식이다. 그래서 다른 차로 바꿔준다는 것이 제네시스의 첫 suv인 gv80이었다.

x7의 반 값 정도 되는 차를 받으려니 처음에는 기분도 많이 상하고, 취소를 할까 했지만 이미 비행기표, 숙박비 결제가 완료된 마당에 그러기도 쉽지 않았다. 결국 gv80으로 받기로 결정하고 제주도로 떠났다. 제네시스 차량을 한 번도 몰아본 적이 없어서 국산차는 고속 안정감이 완전 별로라는 선입견이 있었고, 혹시나 제네시스는 그 선입견을 깨줄 수 있을까 싶어 선택했다. 

주행은 제주도 공항을 중심으로 시계 반시계 방향 해안 도로를 따라 한 바퀴 도는 식으로 루트를 잡았다.

 

제네시스 gv80 의 스마트키와 실내

차키를 받았는데, 키 자체는 엄청 고급지다는 느낌은 없지만 심플해서 만족스러웠다. 실내로 들어왔을 때 가장 눈에 띈 건 럭비공같이 생긴 스티어링 휠과 길게 늘어진 디스플레이였다. 개인적으로 럭비공 모양의 스티어링휠은 내 취향이 아니어서 항상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양 손으로 움켜쥐었을 때 촉감이 매우 폭신폭신하고 조향감이 괜찮았던 기억이 난다. 디스플레이는 굉장히 길어서 텍스트가 선명해 보인다는 장점이 있고, 웰컴, 클로징시에 제네시스 시그니처 음악이 나오면서 디스플레이가 온/오프 되는 부분은 고급감을 더해줬다. 

다만 디스플레이는 터치가 가능하지만, 운전자의 오른 팔로 제어하기에는 거리가 꽤 있어서 주행 중에는 조작하기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제일 별로였던 부분은, 다이얼식 기어노브와 그 위에 있는 조그셔틀이다. 보통(?) 내가 익숙하게 타는 차들은 조그셔틀이 팔목 정도 위치에 있고, 손이 가는 부분에 기어노브가 있다. 근데 이 차는 그 위치가 바뀌어 있다보니, 주행 중에 조그셔틀을 만지작거리는 버릇이 있는 나는 계속 기어를 N으로 바꾸게 되더라는...... (엄청 무서웠다)

또 디스플레이를 직접 제어하는 것은 위험하니 조그셔틀을 이용해야 하는데, 조작감이 고급스럽긴 하지만, 다이얼식 기어가 더 조그셔틀같은 느낌이어서 손이 자꾸 그 곳으로 향하게 된다. 또 디스플레이 직접 터치가 훨씬 편하기 때문에 조그셔틀을 돌려서 원하는 UI를 띄우기까지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계속 불만사항들이 있는데, 카플레이가 지원은 되지만 (유선)에서만 가능했다. 17년식 bmw 3시리즈를 타더라도 무선 카플레이가 가능한데, 국산차는 아직도 유선으로만 가능하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현대차 다니는 친구가 나에게 말하길 "무선인 게 그렇게 편해?" 라고 묻는 걸 보아하니 기술이 없어서라기보다 필요성을 못 느껴서 무선으로 안 만든 것 같았다. 근데 무선 카플레이를 쓰다보면 유선 카플레이가 굉장히 불편하다. 차 탈때마다 케이블에 폰을 잊지 말고 꽂아야 하니 말이다. 

차량 받은 첫 날, 제주도 월정리 해변가

주행감은 그 동안의 선입견을 깨고도 충분했다. 6기통 디젤엔진이었는데, 가속감이 그렇게 뛰어난 편은 아니었지만 힘있게 나아가는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또 고속주행(80-120 영역)시에도 차량이 안정적으로 묵직하게 나아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고 벤츠, 비엠더블유처럼 바닥에 붙어가는 그런 안정감은 아니었다. 그냥 묵직한 차가 큰 흔들림 없이 가는 느낌. 소음 부분에서는 gv80 디젤이 시끄러운 편이다 라고 하는 것 같은데 840d 를 타는 나에게 있어서 가솔린 만큼이나 조용한 차였다. 또 시트 착좌감, 악셀 반응, 브레이크 반응 등이 매우 부드러워서 발목에 무리도 가지 않고 편안했다. 지금 타고 있는 차량의 경우 브레이크, 악셀 반응이 매우 민감해서 장거리 주행시 발목이 항상 아팠다.. 

gv80 전면

gv80 의 가장 멋진 부분은 커다란 크레이트 그릴이 있는 전면부다. 그리고 그 그릴 양쪽에 두 갈래로 뻗어 있는 날개 제네시스 로고의 날개 모양과 유사한 헤드라이트는 크레이트 그릴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미학적인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월정리에 자리잡은 숙소 앞에서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봤는데, 그 동안 840d를 타면서 차생샷을 찍겠다는 시도를 엄청 했지만, 지금까지 만족해본 적은 없었다. 위 두 사진은 지금까지 찍어 본 차 사진 중 가장 예쁘게 찍힌 것 같다. 역시 배경 / 지역이 매우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 것 같다. 하늘까지 멋진 제주도...

gv80 측면

측면은 크게 튀는 부분이 없지만 앞펜더부터 뒷펜더까지 이어지는 두 개의 큰 라인으로 차량이 좀 더 길어보이게 하는 느낌을 주는 것 같다. 또 헤드램프와 리어램프가 서로 대칭을 이루면서 균형감을 만들어준다. 도어 아래 쪽에 위치한 굵직한 크롬 라인은 차량의 고급감을 한 층 높여주며, 다소 무난해 보이지만 Y자 모양의 휠은 차가 너무 튀지 않게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확실히 SUV도 프론트가 길쭉한 차량이 더욱 멋스럽게 보이는 것 같다. 후면으로 올수록 쿠페형처럼 확 꺾어버리는 요즘 추세와는 달리, 일반 SUV처럼 끝까지 와서 급격히 떨어지는 라인을 채용했는데, 긴 프론트와 함께 보면 요즘 유행하는 쿠페형 SUV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보인다. 

gv80 후면

후면부는 로고 대신 GENESIS 문구를 큼직하게 트렁크 중앙부에 배치시키면서 브랜드의 고급화를 성공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리어램프는 전면 헤드램프와 비슷한 형상을 두어 균형감을 맞추고, 과하지 않은 인상을 준다. 

 

제네시스의 크레스트 그릴이 처음 선보였던 G90을 보면서 굉장히 흉측하게 생겨서 정이 가지 않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도 G90은 적응 안되고, 못생겼다) 그런데 이번 나온 GV80, G80 의 디자인은 가히 역대급이라 할 수 있을만큼 고급스럽고 화려했다. 색상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점은 큰 강점인 것 같은데, 이상하게 국산차의 색상들은 좀 싼티가 많이 나는 것 같다. . 이 부분은 개선이 되었으면 좋겠다. 

 

단점만 주구장창 이야기한 것 같지만 멋스러운 디자인, 고급스러운 실내, 나쁘지 않은 주행질감만으로도 다음 차로 SUV를 사겠다면 이 차를 갖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매력적인 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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