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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이야기/드라이브, 여행, 일상

클래식카, 올드카? BMW E36 323i 구입 후기

by _ppuing 2021.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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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소유했던 BMW 차량은 17년식 F30 320d 였다. 수입차도 처음인데, 거기다 첫 디젤 차량이었다. 처음에는 그동안 타던 국산차와 주행 느낌이 너무 달라서 고속 주행은 생각도 못하고 살살 다녔던 기억이 있는데, 요즘은 BMW 차량 특유의 드라이빙 질감에 너무나도 익숙해져버렸다. 작년에 8시리즈 그란쿠페를 새로 들여오면서 BMW 브랜드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원래 취미가 각종 차량 구경하는 거라 우연히 클래식카 카페에 가입했는데, 거기서 올드 BMW 차량들을 상당히 많이 접했다.

 

원래는 E90 3시리즈를 너무 갖고 싶어 했었는데, 그보다 2세대 전 차량인 E36 차량을 처음 보면서 엄청난 뽐뿌를 느꼈다. E36까지가 각진 3시리즈의 마지막 모델인데, 개인적으로 그 옛날 감성이 상당히 잘 묻어 나는 외관이 나를 엄청나게 끌어당겼다.

 

한 달 정도를 카페 판매 글을 보던 중 323i 매물이 올라온 것을 보았다. 가격대도 나쁘지 않았고, 외관도 이만하면 무난하겠거니 했다. 물론 중고차는 이모저모 제대로 따져 봐야 그 가격이 진짜로 합리적인지 판단을 할 수 있지만, 어차피 올드카는 차 가격만큼 혹은 그 이상의 수리, 유지보수 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한 달음에 매물을 보러 갔다. 

 

1997년식 BMW e36 3시리즈 (96년 11월 생산)

아내 손을 잡고 같이 보러 갔는데, 아내가 보자 마자 '이걸 사겠다고?' 라며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응시했다. 휠은 BBS RS 휠이 장착되어 있으나 스크래치가 상당했고, 사진으로 보이지 않았던 스월마크, 기스, 칠 벗겨짐 등이 눈에 들어 왔다. 그렇지만 뭔들, 어차피 올드카는 고쳐타는 맛으로 타는 것이지 않나. 아내에게 샤넬 가방을 사도 매일 들고 다니는 게 아니라 집에 잘 모셔두고 구경하는 맛으로 사지 않느냐 라는 그럴싸한 논리로 설득에 성공하고, 그 자리에서 쿨거래로 몇 푼 깎아서 모셔오게 됐다. 

뒷유리 몰딩 부분 뜯어짐. 휠 데미지

역시나 데려오고 나니 여러 가지 손을 봐야할 것들이 눈에 보였다. 누유, 에어컨 작동 안됨, 냉각수 누수, 뒷바퀴 일체형 서스펜션 사망, 조수석 도어트림 체결 안됨, 핸들 가죽 끈적거림 등 ..

집에 데려오고 일단 바로 엔진룸 문제부터 해결하기 위해 곧바로 김포 바름정비에 방문하여 각종 누유, 에어컨, 냉각계통 부분을 점검했다. 2일 정도 소요 됐고,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에어컨도 빵빵하게 나오기 시작하고 누유 문제도 해결됐다. 올드카의 가장 큰 매력은 이렇게 문제가 있는 부분을 정비한 후의 극대화된 만족감에서 오는 것 같다. 상태가 너무 안 좋으니, 기대 이상의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 뿌듯함 때문에 올드카 매니아들이 광적으로 차를 모으나보다. 

 

e36 323i 엔진룸

아, 그리고 323i 라고 해서 2300~2500cc 4기통 엔진인 줄 알고 차량을 구매했는데 ㅎㅎ. 알고 보니 2500cc 6기통 (실키식스!!!!) 엔진이었다. 어쩐지 차량을 몰 때 가속이 상당히 부드럽더라 .. 이것도 모르고 산 나는 바보 .. 여튼 기본적인 정비를 먼저 마친 후 8시리즈 옆에 대 보기도 하고, 이곳 저곳 돌아다니면서 여러 사진을 찍었다.

 

BMW e36

일단 차량을 몰면서 느낀 점은 확실히 자연흡기 엔진이어서 가속력과 출력이 요즘 터보엔진에 비교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나, 그 특유의 배기음과 부드러운 가속감은 상당한 만족감을 불러 일으킨다. 또한 해당 차량이 20년이 넘은 차량이기 때문에 어차피 공도에서 미친 듯 때려 밟을 차량도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넉넉한 힘을 내 준다. (97년식 323i는 170PS이다. 이것만으로도 매우 충분하다.) 또 스티어링 휠도 요즘 나오는 파워스티어링 휠처럼 가볍지 않고 매우 묵직하기 때문에 유턴할 때 힘들다 ㅋㅋ.

 

요즘 너무 편하게 사용하는 블루투스는 당연히 기대도 할 수 없으니, 시거잭에 블루투스 허브를 꽂고 AUX 케이블을 연결하는 식으로 내비, 음악을 이용하고 있다. 차량을 몰면서 90년대 유행했던 노래들을 틀고 정속주행을 하다보면 정말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의 도로를 달리는 기분이 든다. (아내도 똑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물론 사는 곳이 김포다보니 오래된 도로가 종종 나오는 것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일단 경정비는 마쳤고.. 아, 오일류는 전 차주 분이 최근에 전부 갈아서 굳이 새 오일로 교환하지 않았다. (정비소에서도 교환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사망한 쇽업소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전전 차주가 일체형 서스펜션을 장착했고 (브랜드 알 수 없음), 이게 이미 사망해서 기름이 줄줄 새고 있는 상황이다. 전륜은 그나마 동작하지만, 후륜은 바닥에 붙어 가는 수준이고 높낮이 조절이 가능하지만 스프링이 사망해서 차고를 최대로 올려도 저속으로 방지턱을 넘다가 바닥이 전부 쓸린다. 또한 일체형 서스펜션은 교체를 하던지, 오버홀을 해야 하는데 그 비용을 들이느니 순정형 종발이 타입으로 복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자세는 다시 올라 가겠지만.. 

 

그래도 클래식카는 양카스런 맛 보다, 원래의 그 클래식한 갬성으로 타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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